서울에 북한산이 있다면 김포에는 북한을 볼 수 있는 산이 있다.
이 사실이 흥미롭다면 산과 길을 좋아하는 당신에게
<평화누리길 2코스 조강철책길> 를 추천해드린다.
<평화누리길 2코스 조강철책길>은 우리 민족의 전쟁사와
슬픔을 보듬고 있는 코스로 문수산성 남문에서
애기봉 입구 까지 약 8km의 산과 길을 걷는 코스이다.
이 코스를 시작하기 전에 충분한 워밍업이 필요하다. 시작하자마자 문수산 정상을 향한 깔딱고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격적인 산행 전 두가지의 워밍업 코스를 제안 해본다.
통일을 주제로 구성된 세계 유일의 테마 공원으로 세계적인 조각가 16인의 작품들이 산책로를 따라 전시 되어있다. 특히 공원 중앙에
위치한 <김포평화문화관>에서는 분단 이후 유일한 중립지역으로 남아 있는 한강 하구의 전쟁 역사와 평화문화자원을 소개하고 있으니
가벼운 산책 삼아 들려보는 것도 좋겠다. 공원 산책 후 마을버스 한번이면 5-7분 안에 2코스의 초입인 ‘성동검문소’ 정류장에 도착한다.
2코스 초입에서 문수산성 남문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1000보 정도 걸으면 빽빽한 침엽수로 녹음이 짙은 문수산림욕장을 만날 수
있다. 이 곳의 공기가 우리의 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고하니 따로 시간을 내어 산림욕장만이 제공하는 산책로와 등산로 천천히 즐기는
것도 좋겠다.
자 이렇게 워밍업을 마쳤다면 본격적으로 <평화누리길 2코스 조강철책길> 코스를 걸어보자.
아 잠깐, 2코스를 출발하면 어떠한 매점이나 자판기도 없다. 미리 ‘성동검문소’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충분한 물과 식량을 준비하도록 하자. 초입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평화누리길 종주 스탬프함과
패스포트가 보인다. 모든 코스 초입에만 도장이 있으니 걷기 전 미리 선불로 찍어두자.
자 이제 초입부터 능선까지 오르막이 계속 된다.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숨이 거칠어지지만 문수산의 정기와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호흡과 다리를 달래본다. 묵묵히 오르다보면 그리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능선의 하늘이 보인다. 능선에 도착하면 강화대교와 넓은 염하의 전경이 보인다. 이 지점에서 충분히 숨을 고르며 수분을 보충해주자.
이제 능선의 성곽을 따라 전망대까지 쭉 올라가면 된다. 성곽을 스치는 바람이 우리를
반겨준다.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월곶면과 푸르른 하늘은 문수산 정상을 향해 가는
우리의 발걸음을 응원하고 저 멀리 보이는 문수산 정상의 누각이 어서 오라며 손짓한다.
이 문수산성은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과 치열한 격전을 치뤘다고 한다. 지금의 나는
평화롭게 이 산을 걷고 있지만 우리의 선조들은 평화를 지키기위해 이 길을
오르내리셨을 생각을 하니 겸허와 감사를 느낀다.
그렇게 성곽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홍예문에 도착한다. 2코스의 순서대로 간다면 여기서
고막리 방향으로 내려가야하지만 이왕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400m만 더 올라 문수산의
정상으로 걸음을 계속해보자. 내리막길을 앞에 두고 잠깐의 망설임이 생길 수 있지만 800보
정도만 투자한다면 그 어떤 산에서도 볼 수 없는 조망이 모든 걸 보상해준다.
걸음을 계속해 오르다보면 김포에서 가장 높은 명산이라는 명성에 맞게 주위에 하늘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해와 구름에 꽤 가까워졌다고 느낄 때 쯤 문수산의 정상에 도착한다. 다른 산 정상의 바람과는
다르다. 맑으면서도 묵직한 바람이랄까. 이 바람은 저 앞에 한강 건너에 보이는 북녘에서 불어오고 있었다. 북녁땅이 꽤 가까이 보인다. 저쪽에서도 이 곳을 보고 있겠지. 묵묵히 이 경치를 바라보며 왜
이렇게 밖에 저 곳을 볼 수 없게 됬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이 땅의 평화를 만들어 가야할지 생각에 잠겨 본다.
정상에서 시원한 경치와 바람으로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면 슬슬 하산을 준비해보자. 다시 홍예문으로 내려가 친절한 종주길 표지판을 따라 내려가면 조강리 마을을 관통하게 된다. 시간이 멈춘듯
고즈넉한 마을. 저벅이는 나의 발걸음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어우러져 평화로운 음악이 된다. 이 음악에 집중하다보면 이 곳이 철책을 둔 최전방임을 망각하게 된다. 어쩌면 평화는 이미 우리 곁에
있지만 욕심에 눈이 멀어 보지 못하는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평화로운 조강리를 걷다보면 넓고 고요한 조강 저수지가 보인다. 으레 저수지들이 그렇듯 조강 저수지에도 낚시꾼들이 꽤 많이 보인다. 하지만 이 곳의 낚시꾼들의 낚싯대는 뭔가 특별해 보인다. 그 낚시 바늘이 담겨있는 조강 저수지가 대한민국 최전방의 하늘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 넓고 깊은 고요함에 취해 낚시꾼들과 함께 저수지를 바라보고 있고 싶지만 그림자가 길어지는걸 보아하니 부지런히 남은 코스를 걸어야겠다.
남은 코스는 애기봉 입구까지 황금빛 논길과 수로를 벗삼아 6000보 정도 걷는다. 이 코스 완주 후 보너스로 마을버스 정류장까지 1000보 정도 걸어야하는데 그 구간의 노근함이 꽤 인상 깊었다. 산과 길이 그리운 당신에게 <평화누리길 2코스 조강철책길>을 추천드린다.